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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공포],[소설]91

[괴담]캠핑장에서 만난 여자 몇년 전 일이야. 고등학교 졸업쯤이었으니 2000년도 초반쯤? 몸은 놀고싶어서 근질근질한데, 딱히 놀데는 없고,술은 먹고싶고, 체력은 남아돌고... 재밌게 놀게 뭐 없을까 얘기하다가 우리끼리 캠핑장에 가기로 했어 사복입고 술 마시면 누가 학생이고 어른인지 알게 뭐야? 같이 갈 놈들을 찾다 보니 모인 멤버는 유난히 체격이 크고 인상이 우락부락한 친구 A, 그리고 목사인 아버지를 닮아 독실한 기독교인이면서 노는 건 좋아하는 B, 그리고 지금도 나랑 친하게 지내는 여리여리한 인상의 C. 나는 D로 칭할게. 넷이서 제일 가까운 캠핑장에 가기로 날을 잡았어 가방에 라면이며, 버너, 특히나 소주를 한없이 챙겨서 오르다 보니 생각보다 걸음이 더뎌지더라고 캠핑장 올라가는 길이 암만 잘 다져져 있다지만, 그래도 산속이거.. 2019. 7. 25.
[괴담]옆집 남자 1. Recollection (회상) 지영은 어느 때와 같이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냄비에 물을 끓이며, 당근을 자르는 게 뭐 그리 흥이 나는 지 콧바람을 흥얼흥얼 거렸다. 앞치마를 두른 모양새가 지영의 빼어난 몸매를 두각 시켰다. 유행에 따르는 단발 머리 역시 그녀의 외모를 더 멋지게 했다. 20대 후기의 그녀의 유일한 취미는 요리였다. 그것도 그녀가 사랑하는 남편에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저녁을 해주는 것. 그것이 그녀의 삶의 낙이었고, 행복이었다. 그녀가 다져진 당근들을 끓는 냄비에 쏟아 담았다. 그리고 삶은 감자들을 칼질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콧바람 소리가 한층 더 커졌고, 이내 노래로 자연스럽게 노래로 이어졌다. “네가 없는 거리에는… 내가 할 일이 없어서… 마냥 걷다 걷다보면… 추억을 .. 2019. 7. 24.
[괴담]중년여자 #2 유리 너머에 있던 여자의 왼팔이 천천히 움직었다. 그리고 천천히 문 손잡이 부분으로 뻗어 가더니 덜컹 문이 흔들렸다. 내 심장은 다시는 없을 정도로 새차게 뛰기 시작했다. [중년 여자]는 문이 잠겨 있는 걸 확인한 뒤 천천히 원래 자세로 돌아갔다. 나는 여전히 움직일 수 없는 상황, [중년 여자] 현관문에 더욱 바짝 다가오더니 제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리고 유리 너머로 귀를 살짝 대었다. 안쪽 소리를 들으려 하고 있어! 눈앞에 있는 불퉁명 유리 너머로 여자의 귀가 선명하게 보였다. 나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토할 것 같았다. 심장 고동은 이미 절정에 달해 폭발할 듯 했다. 심장 뛰는 소리를 들킬지도 모른다 생각이 들 만큼. [중년 여자[는 2~3분 정도 유리에 귀를 대고 있다 일어섰다. 그리고 천천히 뒤를.. 2019. 7. 24.
[괴담]중년 여자 #1 초등학교 4학년 무렵의 이야기이다. 당시 나는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몇 있었다. 나와 친구인 K, T, R까지 여자 아이 4명이었다. 우리 4명은 초등학교 2학년, 3학년 때 같은 반이었고 자리도 가까워서 서로 친하게 된 친구들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는 K랑 T는 다른 반이 되었지만, 쉬는 시간이면 복도에서 만나 놀곤 했다. 어느 더운 여름날, 우리들은 평소처럼 복도에 모여 오늘은 어떻게 놀지 떠들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K가 창문 너머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높은 맨션 가 보지 않을래? 아직 가 본 적 없지?] 그 맨션은 15층짜리 건물로, 마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당시만 해도 맨션은 주민 이외의 사람들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어서, 우리도 근처의 여러 맨션에 놀러가곤 했었다. 하지만 그.. 2019. 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