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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공포],[소설]/[공포 괴담]

[괴담]컨베이어

by 고자길동 2019. 7. 24.

회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다가온다. 얼굴은 파란 유리로 가려져 있다. 유리에 형광등이 비쳐서 가끔 번쩍인다.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다. 그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마네킹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들이 내 양 옆에서 팔을 잡는다. 수갑이 뒤로 체워져 있어 반항할 수도 없다. 순순히 그들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방을 나와 복도로 들어섰다. 거기에도 회색옷의 사람들이 서 있다. 모두 얼굴은 파란 유리로 가려져 있다.

 



 

검도 호구를 쓰고 있는 것 같은 모양이다. 

이들은 말을 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말을 못했던 것일까ⓒ 아니면 이곳의 관리인으로 오면서 말을 없애버린 것인가

 



 

파란 유리 속의 얼굴을 상상해본다.

 



 

입이 없는 그런 모습이다. 눈은 충혈된 체로 굳어져 있고, 녹색 파충류의 껍질 같은 피부를 하고 있을 것 같다.

 



 

말을 걸어보고 싶어진다. 하지만 내가 뭐라고 하든지 회색옷의 사람들은 반응하지 않을 것이란 것을 나는 알고 있다. 

파란색의 형광등이 복도를 비추고 있다. 지하 터널 같은 느낌이다.

 



 

바닥과 벽과 천정이 모두 같은 색이다. 이것을 뒤집어 놓아도 어디가 벽이고, 바닥인지 구별 못할 것이다. 웃음이 나왔다.

 



 

웃음 소리가 복도를 타고 퍼진다. 그리고 다시 발자국 소리로 바뀐다. 내 옆의 회색옷들은 반응하지 않는다.

 



 

단지 정해진 곳으로 나를 데려가고 있을 뿐이다. 

기계음이 가까워진다. 말로만 들어오던 사형 컨베이너다. 제 2의 아우슈비츠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곳의 특이한 점은 재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단지 죽음만이 있는 곳은 아니다. 이 속에서 나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

 



 

재판이 패소하면 항소를 해야 할 것이고, 그러면 시간이 조금 늘어난다. 

관계자외 출입금지 간판이 붙어있는 문이 열린다. 넓지 않은 방이다. 벽쪽에 컨베이너 벨트가 있다.

 



 

이것은 방옆의 구멍을 따라 다른 곳으로 연결되어 있다. 사람 한명이 누울 수 있는 정도의 폭이다. 벨트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한 사람이 방옆의 구멍으로 나타났다. 팔과 다리가 컨베이너 벨트에 묶여 있다.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눈동자에는 힘이 없었다. 천천히 벨트가 움직여 남자는 반대쪽 벽의 구멍으로 들어갔다. 

회색옷들이 나를 벨트 있는 곳에 데려갔다. 그들은 천천히, 그러나 능숙한 솜씨로 나를 벨트에 묶었다.

 



 

나는 손과 발을 벨트에 묶이고 벨트에 몸을 맡길 수 밖에 없었다. 회색옷들은 나를 남겨둔 체 문으로 나갔다.

 



 

기계음만이 내 귀를 체웠다. 

벨트는 천천히 움직여 나를 방옆의 구멍 안으로 이끌었다. 도시의 시궁창 같은 냄새가 났다.

 



 

간간히 표현하기 힘든 냄새가 숨을 막았다. 그곳은 터널 같은 곳이었다. 간간히 전등이 있을 뿐이다.

 



 

누운 체로 십자가에 못박힌 기분이 들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 커다란 강당 같은 곳으로 들어갔다. 내 머리 위에 마이크와 카메라가 나타났다.

 



 

그리고 스피커를 통해 누군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당신은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증거는 확실합니다. 당신 옷에는 피해자의 혈흔이 관찰되었고,

 



 

흉기에서 당신의 지문을 발견했습니다. 당신은 확실한 알리바이를 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법에 따라 당신은 사형입니다. 여자를 살해했으니 절단형에 처해집니다. 하고 싶은 말 있습니까" 

사무적인 목소리였다. 한 사람의 죽음이 일상적인 것이라는 투였다. 

"나는 안 죽였어요. 아내는 내가 집에 갔을 때 죽어있었어요.

 

그리고 나는 혼자 산책을 잘 나간단 말이에요! 공원 청소부들이 저를 봤을 거예요. 그들이 알거라고요!" 

삐-하는 소리가 강당을 메웠다. 

"5월 11일 오후 2시30분의 증언을 번복했습니다." 

컴퓨터에서 나는 소리였다. 

"같은 증언은 기각합니다. 도시법 101조에 의해 지금 유죄를 인정하면 가스형에 처해지고, 무죄를 주장하면 절단형에 처해집니다. " 

"저는 무죄라고요!" 

"절단형을 선고합니다." 

카메라와 마이크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천정에 있는 구멍으로 사라져 버렸다. 

"잠깐만요! 저기요!" 

내 목소리는 강당을 울릴 뿐이었다. 벨트는 강당의 벽으로 천천히 움직여, 나는 다시 터널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내가 향하고 있는 방향에서 시끄러운 기계음이 들렸다. 내가 가는 길에 절단기가 설치되고 있는 소리일 것이다.

 



 

이 정도에서 미친 사람들이 많았다는 기사를 잡지에서 읽은 적이 있다. 

인구가 증가하자 정부는 적은 비용으로 재판과 사형을 할 수 있는 체재를 생각해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생각해낸 것이 제 2의 아우슈비츠이자 제 2의 길로틴인 컨베이너 재판 체재이다.

 



 

재판과 선고를 컨베이너 벨트 위에서 다 해결한다. 그리고 시체를 치우는 작업도 자동이었다.

 



 

커다란 건물에 일하는 사람이 10명정도 밖에 안된다는 것은 이 체재의 효율성을 잘 말해주는 것이다. 

나도 이 체재가 아주 효율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내가 이 자리에 있게 되고, 이렇게 빨리 죽게되리라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기이이이잉- 

치과에서 치아를 갈아낼때 나는 듯한 소리가 귀를 찔렀다. 5m정도 앞에서 무언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로봇 팔 같은 것이 터널 천장에서 나와 있었고, 그 팔 끝에는 뽀족한 뭔가가 나와 있었다.

 



 

조금더 가까워지자 뽀족한 것이 주사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커다란 주사바늘이 조명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재판하기 전에 주사기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고통없이 빨리 죽는 것을 막아준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을 때는 간호사가 팔에다 주사를 넣는 것을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과는 너무 달랐다. 

주사기 아래로 벨트가 이동하자 주사기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내 가슴을 찔렀다.

 



 

내 비명은 터널을 가득 메웠다. 주사약이 다 들어갈때까지 로봇팔은 벨트를 따라 왔다. 눈물이 마구 나왔다.

 



 

주사 넣는 것이 이렇게 아픈데, 정말로 고통을 주는 것은 얼마나 아플까ⓒ 

주사기가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피가 역류하는 것 같았다. 마약 종류는 아닌것 같았다. 고통이 조금도 줄지 않는 것이다.

 



 

내가 지나온 자리에서 자동으로 주사기 세척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누군가 저기를 지나는 사람을 찌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삐-하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앞으로 남은 과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우선 발목을 자릅니다.

 

그리고 곧바로 출혈을 막기위해 burning 과정이 이루어집니다. 다음은 무릎 관절, 그리고 팔목, 팔굼치 절단으로 이어집니다.

 

모든 절단에는 출혈을 막기위한 과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그냥 죽여줘요! 제가 아내를 죽였어요!" 

하지만 내 말을 누구도 듣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방송도 녹음되어 있는 소리였다. 

"마지막으로 목을 자릅니다. 목을 자르는 과정은 3단계로 이루어집니다.

 

동맥을 피해서 갑상선과 식도를 관통합니다. 그리고 옆에서 식도를 관통합니다.

 

마지막 단계에서 목을 관통한 칼날이 회전을 하여 목을 절단합니다. " 

방송에서는 내가 죽은 다음의 과정에 대해서도 소상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목 절단 후 바로 피가 벨트 속으로 들어가 발생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피 흡입기가 작동합니다.

 

그리고 바로 화장작업으로 들어갑니다. 뜨거운 불길이 여러분을 깨긋하게 정리해드릴 것입니다.

 

그리고 뼈가루는 수거되어 가족들에게 전달됩니다. 저희 컨베이너식 재판 시스템을 이용해 주셔서 갑사합니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삑-소리가 나면서 올드팝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경찰들에게 붙들려 가면서 경찰차 안에서 쓴 조서 에

 



 

[죽기 전에 듣고 싶은 노래]라는 항목에 썼던 노래였다.

 



 

잔잔한 기타소리가 컨베이너 벨트 터널을 메웠다. 눈을 감고 노래를 감상했다.

 



 

그러나 공포감이 구멍난 벽으로 벌레들이 들어오듯이 밀려들었다. 

앞쪽에 어떤 물체가 보였다. 프레스 기계같은 모양이었다. 커다란 칼날이 어두운 조명아래 모습을 드러냈다.

 



 

윙하는 소리와 함께 칼날에 보라색 액체가 뿌려졌다. 음악이 잠시 멈추더니 방송이 나왔다. 

"여러분의 감염을 막기 위해 칼날 소독 작업중입니다." 

다시 음악이 나왔다. 나는 음악을 따라 흥얼 거리려 했다.

 



 

그러나 목소리는 연기에 질식한 것처럼 꽉 막혀서 나오질 못했다. 벨트는 움직여 내 다리는 절단 기계 아래에 도착했다.

 



 

칼날이 먹이를 물듯이 밑으로 떨어졌다. 발목이 떨어져나갔다. 

비명을 지르며 울부짓었다.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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