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전
"당신 아직이야?"
나는 아내에게 물었다.
도대체 왜 여자들은 준비하는데 이렇게 오래 걸린단 말인가.
"금방 끝나요 여보. 애도 준비 시켜야 하는데 도와주진 못할망정 재촉만 하면 어떡해요? 흥. 아들, 좀 가만있어!"
투덜거리면서도 오랜만에 멋지게 차려입고 갓 걷기 시작한 아들에게 옷을입히는 아내의 뒷모습을 보니 왠지 모를 행복감이 느껴졌다.
크리스마스니 뭐니 하며 북적거리는 세상이 티비에 비춰졌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가족과 함께하는 지금에 감사하며 양복 안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 대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갑자기 찾아뵈면 장인어른이랑 장모님 놀라시지 않을까?"
"무슨소리에요. 손자 얼굴보면 좋다고 그런건 신경도 안쓸걸요?"
아들에게 옷을 다 입히고 스카프까지 둘러 준 아내는 똑같이 생긴 스카프를 자신도 둘러 매기 시작했다.
아내가 똑같은 머플러를 매고 티비에 나온 연예인 가족을 보고, 얼마 전에 백화점에 갔을 때에 우리도 가족끼리 똑같은 걸로 매고 다니면 예쁠거라며 샀던 스카프였다.
나는 뭔가 목도리처럼 두껍고 거추장 스러워서 사기 싫었지만, 이렇게 셋이서 똑같이 목에 걸어보니 사길 잘 한 것 같기도 하다.
"여보 끝났어요. 응? 에이, 이게 뭐에요.."
아내가 나를 보더니, 칠칠치 못한 아이를 보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내게 손을 뻗었다.
"당신은 넥타이도 잘 못 매더니 스카프도 이렇게 밖에 못 매요? 나랑 결혼 안 했으면 어쩔뻔 했어."
내 앞에 서서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머금고 내 스카프를 정리해 주는 아내가 오늘따라 예뻐 보였다.
"당신, 사랑해요."
아내가 말했다.
"뭐야 갑자기. 애도 있는데"
"뭐 어때요. 부부인데."
"그런가.. 나도 사랑해."
이렇게 제대로 말해 본게 몇 년만일까.
아내는 내 스카프에 집중하는 척 하며 내 눈을 피하고 있었지만, 분명 부끄러워 하고 있었다.
아내는 갑갑하다며 칭얼대는 아이를 한 손으로 안아들고 또 다른 손으로 내 손을 잡았다.
"갈까?"
"네."
나는 우리가 서 있던 의자를 발로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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