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쌍둥이 동생이 있다.
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다.
뭔가를 가르쳐주면 잊어먹는 일이 없었고,
나이에 맞지 않게 고차원적인 사고를 했다.
나는 그런 동생이 자랑스러웠다.
지능검사를 하기 전까지 말이다.
검사결과 동생은 그야말로 천재였고, 나는 평범 이하였다.
부모님은 동생에게 모든 걸 투자했다.
장남인 나는 찬밥신세가 되었다.
동생은 영재학교를 다녔고 유명한 학원과 비싼 과외를 통해 나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나는 거기에 반항하듯이 학교도 빼먹고 일탈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해도 부모님의 관심을 돌릴 수는 없었다.
오히려 냉대만 더욱 심해질 뿐이었다.
동생은 이례적으로 고등학교를 조기졸업 하고 명문 법대에 입학했다.
유명한 로펌회사들은 서로 동생을 데려가기 위해 벌써부터 경쟁을 했다.
난 더 이상 학교를 다녀봐야 의미없다고 생각해서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그걸 끝으로 부모님은 나와 자식간의 연을 끊어버렸다.
집을 나온 순간부터 너무도 막막했다.
막일을 하면서 근근히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그러다가 택시기사로 정착하게 되었는데 의외로 벌이는 괜찮았다.
10년 넘게 택시회사에 일하다 나만의 개인택시를 마련하게 되었다.
그러다 손님 중에 한명과 대화가 잘 풀려 사귀다가 결혼했다.
나와 아내는 정열적으로 섹스를 했지만 겨우 딸하나 밖에 낳지 못했다.
아내는 딸을 유학보내고 싶어했다.
한마디로 나를 기러기 아빠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너무도 부담스러운 제안이었다.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딸자식을 잘 키우고 싶었다.
비록 나같은 핫바리에게 태어났지만, 딸만큼은 황금빛 인생을 살았으면 했다.
잠과 식사시간을 줄이고 근무시간을 배로 늘렸다.
그리고 약간의 빚을 졌다.
아내와 딸을 미국으로 보내고 나는 미친 듯이 일만했다.
하지만 애초에 수지에 맞지 않는 투자였다.
점점 빚은 쌓이고 체력은 한계에 부딪혔다.
사는게 힘들어지자 술과 담배만 늘어갔다.
나는 결국 최후의 수단을 선택했다.
생명보험에 가입했다.
나의 목숨값으로 딸이 무사히 유학생활을 마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다.
그렇게 사고로 위장한 자살을 결심했을 때였다.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로 서로 연락은 일체하지 않았었다.
술에 쩔은 그놈은 나를 자기집까지 태워달라고 했다.
괘씸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술주정뱅이를 길가에 버리고 갈수는 없었다.
일단 택시에 태웠다.
진한 술냄새가 코를 찔렀다.
동생집 까지 갈려면 족히 40분은 걸린다.
그 동안 손님을 태우면 돈이라도 벌 수 있을텐데.
새벽에 동생을 태우고 운전을 하자 왠지 모를 서러움에 복받쳤다.
이 녀석은 부모에게 사랑받고 지금은 돈도 잘 버는 부자인데.
나는 왜 이 꼬라지인가.
제대로 쉬어본 적도 없이 일만 죽어라 했는데 행복하고는 점점 거리가 멀어졌다.
교차로를 지날때였다.
오른쪽에서 신호를 무시한 차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피할 겨를도 없이 충돌했다.
충격에 잠시동안 정신을 잃었지만, 생각보다 많이 다치지 않았다.
옆에 있는 동생은 피범벅이 되어있었다.
동생의 이름을 부르면서 몸을 흔들어봤지만. 입을 헤에 벌린 채 눈을 뜨지 못했다.
뒤져버린 것이었다.
상대편 운적석에서 나이든 아줌마가 내렸다.
딱봐도 김여사에다 한잔 거하게 취한 듯 비틀거렸다.
그년은 혼자서 횡설수설하면서 폰으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고 있다.
동생은 뒤져버리고 하나밖에 없는 택시는 개박살나버리고 정말로 미치고 환장할 일이다.
차라리 내가 뒤졌으면 생명보험금이라도 나올텐데.
그러자 문득 죽은 동생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는 사이 동생의 옷을 벗기고 있었다.
동생에게 나의 옷을 입히고, 난 동생의 옷을 입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차와 경찰차가 왔다.
나는 죽은 사람이 형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부모도 구분 못할 정도로 닮은 쌍둥이였다.
아무도 내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사고를 낸 아줌마는 술에 취해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법적으로 죽은 사람이 되었고, 동생으로서의 인생을 살게 되었다.
나를 위한 장례식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애초에 일만 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사람을 많이 사귀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아내랑 딸이 찾아오지 않은 건 조금 충격이었다.
아내라는 년은 장례식이 끝난 지 며칠도 안되서 딴놈이랑 재혼했다.
이른바 내연남이었다.
그 년은 나와 결혼하기 전부터 그 새끼랑 몰래 살림을 차린 듯 했다.
훗날 뒷조사를 해서 알게 된 거지만 딸년도 내 핏줄이 아니었다.
정말로 헛웃음만 나온다.
내가 저년들 때문에 죽을 결심을 했다니.
동생의 재산은 어마어마했다.
통장에 박아둔 돈 뿐만 아니라 부동산도 하는지 여기저기 땅을 사놓은 것 같다.
재산은 차근차근 정리할 참이다.
그전에 즐기지 못했던 일을 하고 싶었다.
난생 처음으로 유흥가에 발을 들였다.
거기서 이쁜 창년들 가슴도 만지고 보지도 마음껏 빨았다.
매일 술과 여자로 시간을 보냈다.
마누라도 자식도 없으니 모든 시간이 내 것이었다.
왜 돈 많은 동생이 독신을 고집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동생의 집에 비하면 내가 살던 곳은 돼지우리였다.
넓고 커다란 집.
평생 이런 곳에 살거라고 꿈도 꾸지 못했다.
죽어줘서 고맙다 아우야.
니가 이때까지 돈을 번 건 나를 위해서였구나.
그 날도 젊은 년이랑 빠구리를 뜨고 귀가했다.
몸에서 지독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다음날 샤워를 하고 나서 알게 된 것이지만,
내 몸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었다.
집 어딘가에서 풍기는 악취였다.
집을 대대적으로 청소했다.
넓은 집을 청소하기란 힘든 일이다.
하지만 청소를 해도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냄새는 더욱 심해졌다.
뭔가가 썩는 냄새 같기도 하고, 넓은 집에서 그 불쾌한 냄새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어느날 형사 두명이 집으로 찾아왔다.
실종된 여성을 찾고 있다고 했다.
그 여성은 나와... 정확히 말하면 동생과 마지막으로 만나고 행방이 묘연해졌다고 한다.
몇 번이나 찾아왔지만, 부재중이라서 번번이 헛걸음을 했다고 한다.
형사들은 집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코를 막았다.
나보고 이게 무슨 냄새냐고 물었다.
물론 나도 모른다고 했다.
형사들은 집안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냄새의 근원을 찾았다.
창고로 보이는 방문 앞에서 그 악취는 흘러나왔다.
문은 잠겨 있었다.
형사 중 한명이 몸으로 문을 부수기 시작했다.
내가 말릴 틈도 없이 잠근장치가 부서지면서 창고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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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무도 억울하다.
비닐에 쌓여서 시체가 된 여성은 나하고 알지도 못하는 사이다.
왜 그게 창고에 있었는지 나는 전혀 모른다.
그 여성이 사라진건 정확히 동생이 뒤진 날이었다.
술에 쩔었던 건 그 여자를 죽였기 때문이었나?
게다가 그 여성은 무려 판사의 딸이었다.
그 여자랑 동생이 무슨 사이이고 왜 죽였는지 나로서는 알길이 없다.
이미 동생은 뒤지고 없기 때문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모든 걸 털어놓았다.
살인자보다는 사기꾼이 훨씬 나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사기를 칠 당시와 달리 누구도 나의 말을 믿지 않았다.
더군다나 검사는 누구든 좋으니까 빨리 범인으로 쳐넣어서 해결하고 싶어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아내를 불러달라고 했다.
그 여편네가 나인걸 입증만 해준다면 혐의를 벗을 수 있다.
형사가 보는 앞에서 나는 마누라와 통화를 했다.
그 년은 약간 놀란 듯 했다.
형사에게 니 남편이 맞다고만 애기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형사에게 수화기를 넘겼다.
수화기에서 그 년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흘러나왔다.
“제 남편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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